Cyber Gallery
2025년 1학기 졸업작품
Behind the Scenes
재생산노동의 재평가를 통한 현대 주거의 공간적 재구성
최지혜 건축학전공 졸업 2025, 지도교수 : 김정수 교수
장려상 수상작
집은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며 때로는 지루할 만큼 일상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그 익숙함 속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사회적 질서와 권력 관계가 짙게 배어 있다. 현대 주거는 기능과 효율에 따라 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핵가족을 전제로 한 구조 속에서 주거의 핵심 역할인 재생산노동을 은폐해 왔다. 대표적인 LDK(Living–Dining–Kitchen) 평면은 현대 가족의 생활상을 반영하는 듯 보이나, 실상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가사노동의 가치를 축소하고 가족 내 위계를 고착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가장 익숙한 주거 공간을 면밀히 관찰하여 그 속에 숨겨진 ‘재생산노동’을 드러내고 재배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사노동의 공간을 전복하고 재구성하는 새로운 평면을 제안한다. 중심에는 위생설비 구역인 wet core를 두고, 외부 창과 가장 인접한 가장자리 600mm Domestic layer에는 세탁기, 싱크대, 냉장고 등 가사노동 설비를 분산 배치한다. 이는 가사노동을 주거의 배후가 아닌 전면으로 끌어내어, 공유되는 동선 속에서 드러나게 하려는 시도이다. 나머지 생활공간은 구조와 설비의 제약 안에서 자유롭게 배치·개방·차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가구 형태와 생활 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여백을 마련한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평면의 변주가 아니라, 주거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재구성하는 실험이다. 보이지 않던 노동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은 노동을 수행하는 이의 위상을 회복하는 동시에, 주거 속에 내재된 불평등한 권력 구조를 해체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주거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이 사회적 질서를 생산·유지하는 근본적인 장치임을 드러내고, 그것을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결국 이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것은, 누구(의 노동)도 배제되거나 은폐되지 않고, 모든 이가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집이다.
- LDK,
- 재생산노동,
- 권력관계,
- 가족주의,
- 위계,
- 은폐,
- 재구성,
- 함께살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