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민 전통건축전공 졸업 2022, 지도교수 : 전진영 교수

목심회상 및 장려상 수상


1967년 설립되어 약 40년간 국내 제지산업에 일조했던 계성제지 오산공장은 2001년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재정적 이유로 폐쇄되었다. 이후 수차례 이루어진 구조조정과, 순차적인 공정동 폐쇄로 공장노동자들 또한 이곳을 떠나고 약 20년간 방치되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오산시의 흉물로 남아있다. 과거의 이곳은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공간이었다.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계가 돌아가고 수많은 화물과 노동자들이 공장을 채웠다. 그러나 과거의 불이 꺼진 현재의 폐공장은 흑백사진으로 남아있다.

이 일대는 살아남은 것과 도태된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떠나가거나 혹은 그저 지나쳐가는 사람들로 텅 비어버린 오산 구도심,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문을 닫은 공장들, 이에 반면 한쪽에서는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오로지 자연이 만들어낸 물길만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2년, 멈춰있던 이곳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고자 한다. 공장을 둘러싼 높은 담장을 허물고, 사람의 발길이 끊겨 식생이 무성해진 녹지를 공원으로 개방하여 단절되었던 도시공간을 연결해준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모여든 지역 주민들은 공장 노동자들의 분주한 에너지와 기계가 만들어내던 소음 위에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